[Cover Story] 경기회복 소식에도 '돈 안 쓰겠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연말 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플러싱의 최모씨는 올해 선물 대상 범위를 줄이기로 했다. 예년에는 친척, 조카, 사촌들에게까지 최고 50달러 상당의 선물을 하던 관행을 올해는 직계가족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 최씨는 “분위기가 너무 위축돼 있다”며 “불경기로 거의 모든 한인 비즈니스들이 작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결국 나도 소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모씨도 마찬가지.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일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줄이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컨수머 리포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할러데이 쇼핑 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선물, 여행, 오락 등 전 부문에 걸쳐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8%는 자신을 위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응답했고 다음으로 친구, 가족 구성원, 동료 순으로 꼽았다. 조부모와 손주, 18세 미만 아동 선물은 그대로 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조사대상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부채를 아직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의 6%에 해당하는 1350만명이 지난해 연말 쇼핑 부채를 다 갚지 못했다. 컨수머 리포트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연말 쇼핑 시즌에 빨간불이 켜지자 소매업계는 연말 세일을 앞당기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인 업소들도 예외일 수 없다. 맨해튼 갤러리아는 지난 10월 초부터 할러데이 세일에 들어갔다. ‘얼리윈터’ 세일이라는 두루뭉실한 이름을 내걸긴 했지만 연말 대목을 살리기 위해 미리부터 코트를 위시하여 의류, 가방류 등을 최고 7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이른 세일은 업소 오픈 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독점 브랜드인 나나키나도 처음으로 세일 품목에 포함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갤러리아의 권명아씨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연말 특수를 살리기 위해 올해는 일찍부터 세일에 돌입했다”며 “10월 초 날씨가 반짝 추워진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스모스백화점도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앞당겨 연말 세일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모스의 이하나 홍보담당자는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일찍 세일을 고려하게 됐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경기침체로 세일이 유난히 잦았던 올해는 특히 세일 폭이 연말 특수 진작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소매업체가 거의 일년 내내 세일을 해온 상태이다 보니 할인폭이 얼마나 큰 지에 따라 소비자들이 어디서 쇼핑할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컨수머전자제품협회(CEA)는 소비자의 3분의 2 이상이 더 많이 세일하는 품목을 찾아 연말 쇼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소비자들의 꽁꽁 얼어붙은 심리 때문이다. 최희숙 기자 [email protected]